동물원 짐승들에게 ‘맘에 맞는 이성과의 영원한 삶’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멸종위기종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열심히 흘레붙어 새끼를 가능한한 많이 생산해 째깍 째깍 다가오는 절멸 시한을 조금이라도 늦춰야 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눈에 뵈는 암수를 콕 찝어서 ‘무드’를 조성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윤리개념이 없는 짐승들이 이짝 저짝 뵈는대로 근친으로 붙을 경우, 순식간에 짐승판 합스부르크 왕가가 펼쳐지고, 종 자체의 멸절 시기는 더 앞당겨질지 몰라요. 동물원들끼리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유전정보를 공유해 근친 가능성이 없는 생판 모르는 녀석들끼리 짝을 지우려는 건 그래서입니다. 그러다보니 영문도 모른채 이 동물원 저 동물원을 전전해야 할 운명을 타고난 짐승들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수컷 북극곰이 바로 그런 경우죠. 새 짝을 맞아 신방을 차리러 가다가 별안간 혼이 빠져나가 총각귀신이 되어버린 비련의 북극곰 얘기입니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2023/11/08/3EXFEYDAO5DX7MAEN2DCO5PD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