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여의도에 위치한 대한민국 최초의 단지형 고층아파트이다. 높이는 12층으로 당시 한국에 지어진 아파트 중 가장 높았다. 1971년 10월 준공되었으며, 같은 해 12월 입주를 시작했다. SH공사[2]가 아닌 서울시에서 직접 건설하여 민간 분양한 것이 특징 중 하나다.
시범아파트는 1971년 양택식 전 시장 임기중 발표된 여의도 종합 개발계획안에 의해 ‘아름다운 신시가지’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원래 여의도 개발계획은 택지를 조성, 민간에 팔아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고 여의도를 민자개발하겠다는 취지로 입안되었지만 택지를 사겠다는 업체가 없어 결국 계획을 변경해서 서울특별시에서 먼저 고급 아파트를 지은 후 택지를 분양하기로 한다. 이후 1971년 10월 착공 1년 만에 시범아파트를 준공해낸다.
가장 큰 158㎡(40평형)이 571만원, 소형인 59㎡가 212만원 선에 분양했는데 입주 시작 후 두 달만에 158㎡ 가격이 1000만원을 넘어섰다.
시설
총 24개동에 1,578세대가 입주한 대단지로서, 복도형 통로, 엘리베이터, 냉/온수 급수와 스팀난방, 중앙난방, 마당식 거실 등의 이후의 대한민국 고층 아파트 단지를 특징짓는 여러 현대적 구조를 채택했다. 당시 시민아파트로 대표되던 부실시공 문제의 시정을 요하는 분위기로 인해, 이 아파트는 매우 튼튼히 지어졌다. 흔치 않은 기둥식 구조로 1980년대 이후의 아파트들과 비교해서 층간소음도 적은 편이다.
당시에 엘리베이터는 정부서울청사나 백화점, 일부 고층건물에나 설치되는 고급 장비였는데 가정주택에 도입된 것은 혁신적인 일이였다. 일본의 미쓰비시 사와 히타치 사의 엘리베이터를 혼용하여 설치했으며, 워낙에 생소한 장비여서 입주민들이 작동법을 몰라 모든 엘리베이터에 제복을 입은 승무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전체 24개동에 3교대 근무 인원을 배치했는데 총 98명을 뽑았다고 한다.[3] 이후 노후화로 인해 1990년대 후반 엘지산전의 신형 기종으로 한 차례 교체했고, 이후 2018년에 문제가 생긴 일부 승강기를 부분 교체 하였으며 2024년에는 티케이에서 엘리베이터 부분 교체를 시행했다.
심지어 단지 내 상가(시범 아케이드)에는 에스컬레이터도 설치되어 있었다. 겨우 2층(지상 1층, 지하 1층)짜리 건물이며 층간 거리도 얼마 안 되는 건물인데도 시범적으로 에스컬레이터를 2기(상행 1기, 하행 1기) 설치한 것이다. 이 움직이는 계단을 타보기 위해 다른 동네에서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였다. 다만 에스컬레이터는 유지 보수가 힘들어 계속 작동하지 않고 특별한 날에만 작동시켰다.
그 당시에는 수도꼭지를 한번 돌리면 냉수와 온수가 쏟아져나오는 것 역시 최첨단 신기술이였다. 또한 보일러를 땐 수증기로 난방을 했기에, 기존 아파트들이 차용했던 연탄난방보다 안전했고 편리했다. 가스중독으로 사망할 위험도 없었고, 시간이 되면 방이 데워지는 중앙난방 방식이라 일일이 연탄을 때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특징
- 최초의 고층 단지형 아파트인 만큼 1970년대 이후부터 우후죽순 지어진 판상형 고층아파트 단지의 원조다.[12]
- 새로운 시설 덕분에 준공과 함께 고급 아파트로서 인식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 시민아파트가 원래 서민을 위해 지어졌지만 의외로 중산층에게서 인기가 많았던 것과 달리, 시범아파트는 처음부터 중산층 이상을 타겟으로 노리고 분양한 것. 집값도 분양 당시 최소 200만원이 넘어갔고, 몇 달 후에는 그 두 배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1971년의 200만원은 일반직장인 수년치 봉급에 해당되는 일반 서민들 입장에서는 거금이었다.
- 당시 특수학군제 때문에 여의도초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여의도중학교와 여의도고등학교로 진학하게 해서, 사람들은 여의도로 옮겨오기 시작했다. 시범아파트 입주자 어머니의 70% 이상이 대학 졸업자라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고학력자, 전문직 종사자가 모여들었다. 시범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지자 민간업체들도 택지를 사서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다.
- 입주 초창기인 1970년대에는 쥐와 각종 해충(파리, 바퀴벌레 등)이 상당히 많았다. 당시엔 세스코는 커녕 공동주택의 방역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도 없었기 때문이다.[13] [14] 집집마다 생활쓰레기(음식물 쓰레기 포함)를 복도 벽에 뚫린 구멍으로 버리면 그것이 1층의 쓰레기장으로 쏟아지고, 이를 매일 청소차가 와서 수거해가는 방식이라 이 쓰레기를 먹고 사는 쥐와 해충이 들끓을 수밖에 없었다.[15] 집집마다 밤이 되면 천장 위로 쥐가 달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며, 심지어 화재 대피용으로 설치된 로프[16]를 타고 쥐가 층간 이동을 하기도 했다.
- 튼튼하다고는 하지만 몇몇 구조는 지금 기준으로 매우 구식인데 특히나 집수정이 요즘 같이 스테인레스로 되어 있는것이 아니라 지하에 시멘트로 지어져서 지금은 거의 늪 수준으로 상태가 좋지않다. 집수정도 별로인데 배관도 안좋아서 정수기는 필수이다.
-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 중 하나인 데다, 밖을 향한 복도가 성인이라면 쉽게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콘크리트 난간으로만 밖과 차단되어 있었기에(현재도 마찬가지다) 투신자살이 여러 번 발생했다. 입주 직후인 1970년대에만도 입주민 두 명이 투신자살했을 정도다.[17] 자살이 발생한 동이 4동(1974년) 및 13동(1972년)이라, 해당 숫자와 관련된 미신이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참고로 당시 우리나라엔 4층이 있는 건물이 거의 없어(높아봐야 2~3층) 4와 관련된 미신은 생소했고, 13과 관련된 미신은 아는 사람도 거의 없던 시절이다. 우리나라에서 4자 금기 및 13 공포증이 유행한 최초 사례 중 하나인 셈.
-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 76.95%가 오세훈에게 투표할 정도로 정치 성향이 보수적인 곳이기도 하다. 입주초창기인 1970년대~1980년대에는 민주당계 정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지역이지만[18] 김영삼계를 주로 지지한 사람들이 많았고 이 때문에 3당 합당 이후로 죄다 넘어가게 되었다.[19]
- 시범아파트는 묘하게 카톨릭과 인연이 많다. 우선 성모병원이 카톨릭 병원이며, 시범아파트 단지 내에 큰 성당이 있고, 단지가 처음 생겼을 때 미취학 어린이들을 돌봐주던 여의도 유치원 역시 카톨릭 계열이었다. 단지 내 실외수영장에도 성모 마리아를 묘사한 듯한 조각상이 세워져 있었다.
- 김민석 영등포구 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도 조합원이라고 밝혔다.
- 노후화로 정전이 잦은 아파트다. 2021년 12월 22일, 2022년 7월 31일 두차례 정전이 일어났다.